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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1

눈이 마주쳤을 때

양송이솜 2017. 8. 23. 22:57

:: 데모아포 글연성,,,

:: 매우 짧소,,, 또한 약간 불건전하오,,,

:: 캐붕이 대단하고 개연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소,,, 퇴고는 먹는 것이오,,,

:: 나는 낡고 지쳤소,,, 그치만 썰이 너무 쩔어서 안 쓸 수가 없었소,,,

:: 썰 사용 허락해주신 로떼님 (@Irfragment) 감사하오,,,

:: W.B. @funghi024,,,











쿨럭, 아포스타시아는 제 입 안을 가득 메웠던 사내의 성기가 빠져나감에 따라 마른 기침을 내뱉었다. 강제로 벌어졌던 턱이 아릿한 통증을 호소한다. 특별히 삼키라는 말이 없었으니 뱉어도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혓바닥 위에 고였던 찝찌름한 정액은 먼지가 쌓인 바닥 한구석으로 뱉어냈다.

입가에 묻은 것을 대충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아포스타시아는 시선을 들어 자신을 둘러싼 사내 서너 명을 확인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군. 색이 죽은 녹색 눈동자가 다시금 바닥으로 처박혔다.


"…읏."


골반까지 늘어지는 긴 머리카락이 강제로 틀어 잡힘에 따라 아포스타시아의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갔다. 아파, 도대체 이 짓을 할 때마다 머리카락은 왜 잡는 거지. 그러한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이내 그것은 입 안을 가득 메우는 또다른 사내의 단단한 성기에 틀어막힌다. 생리적인 거부감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포스타시아는 코로 호흡하는 것을 반복했다. 입술을 오물거려 성기를 조금 더 깊게 받아들이고, 굳어 있던 혀를 살짝 움직인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는 사내의 좆을 빨아 충족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아포스타시아에게 있어서 이 모든 행위는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했다. 기분이 나쁘다던가, 불쾌하다던가, 심지어 뒤에서 자신을 더러운 남창이라 부르는 말에도 그는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사내의 좆을 빨아주는 것은 간단한 용돈벌이와도 같은 행위였다. 턱이 조금 아프다는 작은 리스크가 따르기는 했지만 이 의미 없는 행위가 끝나면 적지 않은 보수가 되돌아온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사내가 아포스타시아의 얼굴에 사정하고 나서야 안쪽에서 잠겼던 체육 창고의 문이 열렸다. 무리를 지은 그들은 흰 봉투 하나를 바닥에 툭 내던진 뒤 사라졌고, 흐트러졌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아포스타시아는 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주워들었다.


"…."


무의식적으로 제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넘기자 묘하게 끈적거리는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사내의 정액이 머리카락까지 튄 모양이었다. 귀찮은데, 봉투를 반으로 접어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아포스타시아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수업 중인 것인지 고요한 복도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포스타시아는 소리 없는 걸음을 옮겨 화장실에 들어섰다. 머리카락에 묻은 것을 대강 휴지로 닦아내고 얼굴에 달라붙은 잔여물은 물을 끼얹어 닦아낸다. 이 정도면 됐겠지.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는 피곤한 눈가를 조금 문질렀다. 아직 수업이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었다.

옥상으로 갈까. 그리 생각하며 바라본 창밖의 하늘은 조금 흐렸다. 낮잠을 자다 비라도 맞으면 곤란하니 얌전히 교실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를 골라낸 아포스타시아는 곧장 걸음을 틀어 복도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는 위태로운 걸음걸이에는 소리가 없었다.






*






칠판에 늘어지는 백색 글씨를 교과서에 무의미하게 옮겨 적던 데모니오는 고개를 살짝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침에는 분명 맑았던 하늘에 잿빛 구름들이 잔뜩 끼어 있었다. 오후에 비라도 올 모양이네. 사물함에 우산이 있던가. 소리 없는 혼잣말을 하며 두 개를 이어붙인 책상 사이를 톡톡, 소리가 나지 않게 두드렸다. 그리고 데모니오는 창밖을 향했던 시선을 자신의 빈 옆자리로 옮긴다.

제 옆자리의 주인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름이 아포스타시아라는 것, 그러나 전교생에게는 걸레나 남창이라는 단어로 더 흔하게 불린다는 것 정도. 남창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된 이유라 함은, 돈이면 안 하는 짓이 없기 때문이라 하였다. 몸을 내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원조교제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그러나 데모니오는 심심하면 아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화젯거리인 아포스타시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제 옆자리이긴 했지만 대화해본 적도 없었고, 심지어 얼굴 한 번 본 적 사람에 대한 헛소문은 마치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 내리며 데모니오는 책상 사이의 선을 넘어섰던 손을 거두었다.


이제 곧 비가 오려나. 비가 오기 직전의 묘한 비린내가 감돌기 시작한 순간 교실의 뒷문이 열렸다. 뭐야, 쟤 수업 시간에 들어오는 거 처음 보는데? 교실 안에 작은 술렁거림이 파도처럼 흘렀다. 데모니오는 턱을 괸 자세를 유지한 채 시선만을 살짝 굴려 교실에 들어선 이를 확인했다. 그리곤 직감했다. 처음 보는 그는, 제 옆자리의 주인이었다.


"…."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은 뒷문으로 들어선 아포스타시아를 발견하였으나 특별히 어떠한 제지를 가하진 않았다. 아마 선생들 사이에서도 그가 다른 의미에서 질 나쁜 부류의 아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겠지. 다른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이 끈질기게 달라붙었으나 그런 것은 조금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 아포스타시아는 느릿하게 걸어 자신의 자리인 데모니오의 옆자리로 향했다.

나른한 고양이처럼 하품을 한 번 작게 내뱉은 그는 이내 책상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다. 자, 이제 다들 조용히 해라. 선생이 칠판을 분필로 소리가 나게끔 탁탁 두드렸고 그제서야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아주 조금 잦아들었다.


신경 쓰지 말자. 엮여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 데모니오는 제 옆자리에 앉은 이로부터 관심을 끄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본능적인 호기심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호기심에 순순히 굴복한 그는 살짝 고개를 틀어 자신의 쪽을 향한 아포스타시아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문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창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열여덟의 같은 사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예쁜 얼굴이었다. 여성으로 착각할 외모는 아니었지만 예쁘다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렸다. 얼마간 잠든 그를 관찰하던 데모니오는 그의 얼굴에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이 불편해보여 그것을 쓸어 넘겨주려다 문득 몸을 굳혔다. 그의 머리카락 안쪽으로 엉겨붙은 희뿌연 백탁액이 눈에 들어왔던 탓이다. 그제서야 자신이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쓸데없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데모니오는 제 옆자리에 앉은 이와 엮이면 아주 귀찮아질 것이라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고 하였던가. 어느 사이엔가 데모니오의 손은 반사적으로 아포스타시아의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백탁액을 조심스럽게 닦아내고 있었다. 누군가를 돌보던 습관에서 비롯한 행동일 수도 있었고, 혹은 단순한 호의라 부를 수도 있을 테다. 때마침 그의 손길을 느낀 것인지 반쯤 잠에 들었던 아포스타시아가 몽롱한 녹색 눈을 떴다.


"…아."


시선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낸 데모니오가 황급히 손을 떼어냈다. 잠에 취한 녹색 눈을 느리게 깜박거리던 아포스타시아는 데모니오의 손길이 닿았던 제 머리카락을 조금 매만진다. 아직 남아 있었던 건가. 제 머리카락에 닿았던 손길의 의도를 파악한 아포스타시아는 이내 작게 고개를 꾸벅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곤 다시금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제서야 간신히 아포스타시아에게서 시선을 떼어낸 데모니오가 제 목덜미를 조금 세게 주물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이 목덜미에서부터 귓가까지 오른 탓이었다. 아니, 사실 이 미열의 원인은 조금 전 그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부터 알았다. 지금 제대로 돌아버린 것이냐고, 로맨스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주인공이라도 된 것이냐고 스스로를 타박한다. 그러나 그것조차 의미 없는 짓임을 데모니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부정조차 할 수 없었다.

데모니오는 아포스타시아의 반대편을 향했던 시선을 되돌려 그를 바라본다. 이제 그에 대하여 아는 것은 아포스타시아라는 이름과, 남창이라 불린다는 사실과, 어여쁘게 생긴 얼굴 뿐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책상 사이의 선을 넘은 손끝에 열이 몰렸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흘러가던 열여덟의 어느 날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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